시읽는기쁨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샌. 2008. 6. 17. 11:23

그대가 밀어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내 안으로 들어와서 꽃을 피웁니다. 그대가 떨리고 뜨거운 만큼, 나 역시 떨리고 뜨겁습니다. 그대는 내 안에서 꽃만 피우는 것이 아닙니다. 저 하늘의 별을 내 안에서 반짝이게 하고, 서쪽에서 바람을 불러오고, 찰랑거리며 강물을 흐르게 합니다. 그대는 고운 빛과 맑은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의 모든 존재가 그대를 따라 내 안에 들어옵니다. 아, 그러고 보니우리 모두는 한 몸입니다. 그대가 꽃 피는 것이 곧 내 일에 다름 아닙니다. 내 안에서 고운 그대가 숨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