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묻는다 / 휴틴

샌. 2008. 6. 11. 12:28

땅에게 묻는다 : 땅은 땅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존경하지.

 

물에게 묻는다 : 물은 물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채워주지.

 

풀에게 묻는다 : 풀은 풀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짜여들며 지평선을 만들지.

 

사람에게 묻는다 :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 :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 :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 묻는다 / 휴틴

 

휴틴은 현재 하노이에 살고 있는 베트남 시인이라고 한다.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다는데, 이념의 차이로 서로를 죽이는 전쟁의 경험이 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사는 모습을 보면 만물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지 않은가. 인간만큼 욕심 많고 그래서 만족할 줄 모르는 존재도 없는 것 같다. 욕심 뿐만이 아니라 이념이나 종교, 인종이 다르다고 무차별적인 동족 살육을저지른다. 그러고도 어떤 우두머리는 영웅 칭호를 받기도 한다.

 

이 시를 다시 읽으며 이번에는 왠지 묵시론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마 하늘이 땅에게, 물에게, 풀에게 물었을 것이다. 그들의 대답에서는 조화와 평화의 세계가 그려진다. 그러나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지만 대답은 없다. 세 번이나 물었으나 마찬가지다. 염치가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대답할 사람이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욕심은 결국 스스로 붙인 자랑스런 이름, 호모 사피엔스를 멸종시켰다. 스스로 묘혈을 판 것이다. 우리가 지금 행하는 짓거리들이 꼭 그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