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철길을 따라 보행로를 만들자

샌. 2008. 2. 11. 16:24

옛날에 철길은 기차와 함께 사람들이 같이 다녔다. 철로 양편으로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어렸을 때 이 길을 따라 학교에도 가고, 엄마를 따라 장에도 갔다. 그때는 기차 속력이 느려서 기차가 지나가도 걷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발 빠른 어른들은 뛰어가다가 기차를 타기도 했다.그런데 증기기관차에서 디젤기관차로 바뀌고 속력이 빨라지면서 철길은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철로 옆 길은 자갈로 덮이고 폐쇄되었다. 철길에는 더 이상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은 자꾸 없어지고 있다. 도로도 자동차를 위한 길이지 사람을 위한 길은 아니다.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해 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에 시골에서도 도로를 따라 걷기는 쉽지 않다. 항상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아니라도 소음과 매연 때문에 오래 걷기는 힘들다. 요사이 걷기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막상 걷고 싶어도 걸을 만한 길이 없다. 걷는다는 것은 자동차가 달리는 것과는 다르다.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아스팔트로 덮기만 하면 되지만, 걷기 위해서는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 조용한 환경이 필수적이다. 걷는다는 것은 나와 주위와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철길을 다시 보행로로 활용하기를 제안한다. 예전처럼 철길 바로 옆으로 길을 내는 것은 위험하지만 약간 떨어져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철길은 대개 둑으로 되어 있는데 그 둑의 중간쯤이나 밑에 보행로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철길은 대개 중심되는 마을들을 지나가므로자연스레 마을들을 연결하는 길이 만들어질 수 있다. 경부선을 제외한다면 기차도 그렇게 자주 다니는 편이 아니므로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 나는 한강 다리를 가끔 건너다니는데 자동차들 때문에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러나 잠실철교 옆에 차로를 없애고 보행로를 만들었는데이 길은 한강을 걸어 건너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유일한길이다. 전철이 자주 다니지만 자동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기차길 옆 보행로는 아주 멋진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길이 생긴다면 나는걸어서 전국일주를 해 보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멋진 일이다. 내 아는 사람은 매 주말마다 구간을 정하고 서해안 길을 따라 걷고 있다. 그러나 나는자동차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만약 앞으로 안전하고 조용한길이 생긴다면 나 역시 전국일주에 도전해 볼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철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낫지 않을까고 생각한다. 지금도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길들이 있다. 이 길과 함께 철길을 연계시켜 종횡으로 이어지는 보행로를 완성한다면 전국을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앞으로는 자동차보다는자전거, 또 걷기 중심의 문화로 바뀌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자면 여유있게 대자연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들을 만드는 데도 국가적으로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국가가 어떤 정책을 택하느냐에 따라국민의 삶의 질과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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