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외면한 자의 부끄러움

샌. 2007. 8. 14. 11:37



'화려한 휴가'를 보았다. 영화의 몇 장면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당시 실제 상황은 영화의 묘사보다도 더 비참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영문도 이유도 모른 채 죽고 다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거대한 폭력 앞에서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작은 소망들은 산산히 부서진다.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영화다.

1980년 그때에 내 나이는 스물여덟,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보도로 접하는 광주의 모습이 사실인 줄만 알고 믿었던 여느 사람과 똑 같았다. 그 뒤로 광주의 실상을 전하는 사진전을 보고얘기도 들었지만 반신반의하며 애써 외면했다. 그저 남의 땅의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었을 뿐이었다. 지금은 그것이 한없이 부끄럽다.

당시 작전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이 2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상층의 지휘관들이나 일부를 제외하면 그들 또한 어떤 의미에서 희생자들이다. 몇 사람의 야욕 때문에 이런 비극이 생겼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주동자는 아직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물건을 훔친 좀도독은 감옥에 가지만, 나라를 훔친 도둑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인간 역사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을 이 영화는 바로 잡아주었다. 영화관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많은 젊은이들을 보았는데한국의 슬픈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 우리의 위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묵직한 주제를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차분히 풀어간 점에서 영화 자체도 수준급이었다.

계엄군의 도청 진압 작전 직전에 광주 시내를 누비며 확성기로 도움을 호소했던 그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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