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신비한 힘

샌. 2007. 5. 30. 10:14

세상을 살다 보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기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오감으로 드러난 세계 외에 또 다른 세계의 존재를 어렴풋이나마 감지하게 된다. 그런 것들 중에 심리학에서 동시성(Synchronicity), 또는 감응이라 불리는 현상이 있다. 이 신비한 현상을 최초로 규명한 심리학자는 칼 융(Carl Jung)이었다. 융은 어느 환자의 꿈에서 왕쇠똥구리 딱정벌레가 나오는 얘기를 듣던 중 창문을 두드리는 이상한 소리에 밖을 보니 그 지역에서 드문 왕쇠똥구리가 유리창에 붙어 있었다. 이 사건이 융을 기묘한 일치 현상에 대한 연구로 이끌었다고 한다.


이런 우연의 일치 현상은 누구나 일상에서 가끔씩 경험한다. 문득 옛 친구가 떠올랐는데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거나, 아니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경우가 있다. 또는 필요한 순간에 어떤 정보가 다른 사람이나 책을 통해 주어지기도 한다. 우연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으나 실제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우리는 미지의 그 무엇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되지 않을 수 없다. 융은 이러한 일치 현상을 ‘인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미에 의해서 연결된 두 가지 사건의 동시 발생’이라고 정의했다.


나는 이런 신기한 경험을 주로 글을 통해 경험한다. 어떤 주제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불현듯 그 내용에 관한 책을 만나게 된다. 마치 누군가가 내 고민을 알고는 내가 찾아간 자리에 예비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물론 우연으로 돌려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그러기에는 신기하게 받아들인 내 주관적 경험이 너무나 강렬해서 나는 어떤 미지의 신비한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험은 여러 차례 나를 찾아왔다. 아마 예민했다면 더 많이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또 이런 경험도 있었다. 밤골 터 생활의 초창기 때였다. 영적인 교류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나는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수도자와의 만남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만남은 길에서 우연히 이루어졌다. 그저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보이겠지만 그 이루어진 과정이 내 마음이 그린 그대로여서 나는 사실 굉장히 놀랐다. 그리고 그 수녀님과의 대화는 수년에 걸쳐 내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영적 성장의 견인차가 되었다. 나는 이것을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운명적으로 예비되었던 것 같은 강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오감으로 감지되는 않는 신비한 세계와 힘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고 나는 믿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 힘이 우리를 더 높은 의식 상태로 밀어올리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산다는 것은 그 미지의 신비한 힘과의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우리가 그 신비한 세계의 일부이다. 오늘도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왜 그런 사건이 우리를 찾아왔는지 지금 우리는 모른다. 그걸 모르고 알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인간의 말이나 머리로는 헤아릴 수 없는 깊고 오묘한 신비의 세계라는 사실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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