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샌. 2007. 6. 15. 17:29

자유와 자유인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자유인이란 상식적 규범의 틀에서 벗어날 줄 아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자유인을 꿈꾸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를 옭아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틀을 직시하고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실제 그리 많지 않다. 보통 사람들의 자유란 안온한 그 틀 안에서의 자유를 가리키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식의 자유란 사실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할 뿐이다.

세상의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추종하는 무리를 우중(愚衆)이라고 불러도 괜찮다면, 우중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사니까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별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이다. 안 된 말이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있다. 그들에게는 상식의 틀을 깰 자의식도 용기도 없다. 생활의 틀이 바뀌는 것은 그들은 가장 두려워한다. 그들은 복고적이고 변화를 싫어한다. 그들에게는 도전의식도,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철학적 성찰도 부족하다. 물론 그들도 고민하고 불면의 밤에 시달리지만 대부분이 형이하학적인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릴 뿐이다. 그들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이(利)에 달려 있다. 의(義)의 길은 알건 모르건 그들이 가려고 하는 길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을 옛부터 소인(小人)이라고 불렀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그는 상식 파괴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며 강요된 기성 관념을 거부한다. 이러이러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의 삶에는 없다. 그는 세상이 제시한 길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불타오르는 뜨거운 열정으로 산다. 그에게는 늘 새로움이 넘치고 신선한 자극으로 가득하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므로 과감하게 새로움을 찾아 모험을 나선다. 그래서 세상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소홀히 대하지 못한다. 그는 자족하므로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를 지탱하는 힘은 고뇌와 회의와 갈등이다. 그가 겉보기처럼 평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그런 내적 투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이한다는 것이다.

상식 신봉자들과 함께 있으면 답답해 질식할 것 같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통쾌해진다. 그는 신선한산소탱크다. 지갑 잘 열고 허풍 잘 떠는세상 친구가 아니라, 그는 내 영혼의 주파수에 동조해 하늘의 소리를 날라주는사람이다. 옆에 있으면 나도 그를 점점 닮아갈 것 같은데, 그러나 나는 여전히 소인의 무리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는 소인이나 군자니 구별할 줄도 모르지만, 그러나 그와 함께 있으면 주눅이 들기보다는 정신이 한껏 고양되는 기쁨을 맛본다.

물론 그에게도 인간적 결점이 당연히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망가진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도 있었는데 너무나 당당해 의아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걸 이해하게 된다. 그는 그렇게 자연스럽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뭔가 겉치레로 꾸미는 것에 익숙한 나에게 그런 모습은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내가 그를 특히 좋아하는 것은 기존 관념에 물들지 않은 그의 맑은 영혼 때문이다. 돈이나 이념이나 종교나 다른 그 무엇도 그를 가두지 못한다. 교묘하게 인간을 속박하고 길들이는 이 세상에서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스스로를 세상의 옳은 표준이라 착각하는 수많은 길들여진 무리들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그는 그야말로 자유인이다. 그의 옆에 있으면 우리 삶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통념들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절로 깨닫게 된다. 그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가까이 있으면서 멀리 있는 사람이다.오늘 같은 날은 더욱 그가 그립다.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지 모르겠다. 내 시선은 자꾸만 창 너머 저넓은 하늘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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