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선생은 옥연정사(玉淵精舍)를 짓고 주변에 소나무를 심었다. 그 기록이 선생이 쓴 '소나무를 심고[種松]'이라는 시로 남아 있다.
스무아흐렛날 자제들과 재승(齋僧) 몇 사람을 시켜서 능파대 서쪽에 소나무 삼사십 그루를 심었다. 내 일찍이 백낙천의 '소나무를 심고'란 시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시에 이르기를, '어찌하여 나이 사십이 되어 몇 그루 어린나무를 심는가 인생 칠십은 옛부터 드물다는데 언제 나무가 자라 그늘을 볼 것인가' 하였다. 올해 내 나이 예순셋인데 새삼 나무를 심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떠오르는 감상을 재미삼아 몇 구절 시로서 옮겨본다.
북쪽 산 아래 흙을 파서 서쪽 바위 모퉁이에 소나무 심었네
흙은 삼태기에 차지 않고 나무 크기 한 자가 되지 않네
흔들어 돌 틈에 옮겼으니 뿌리도 마디마디 상했으리라
땅은 높아 시원하여도 가꾸기엔 물이 적을듯한데
비 이슬 젖기엔 더디면서 서릿바람 맞기엔 빠르겠구나
늙은이 일 좋아 억지 부려 보는 이 속으로 어리석다 웃을 테지
어찌하여 늙은이 나이 들어 자라기 힘든 솔을 심었을까
나 비록 그늘 보지 못해도 뉘라서 흙 옮겨 심은 뜻은 알겠지
천 년 지나 하늘 높이 솟으면 봉황의 보금자리가 되리라
옥연정사 주변과 부용대가 있는 북쪽 산에는 소나무가 많다. 모양새도 다 멋진 나무들이다. 예순셋에 어린 소나무를 심은 선생의 뜻을 4백년이 지난 지금 이곳을 지나는 나그네도 가슴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