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길안면 용계리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여러 면에서 특이한 나무다. 원래 이 나무는 용계초등학교 운동장에 있었으나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1990년 당시에 나무를 살리기 위해 23억 원이라는 거금을 쓰며 3년 간의 공사 끝에 15m 위로 나무를 들어 올리고 인공산을 쌓았다. 생명토 공법, H Beam 공법, 요철 공법 등의 신기술을 써서 나무를 살리는 대공사를 한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 한다. 이렇게 의미 있는 일에 우리의 건축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게 나무 앞에 서면 더욱 뿌듯하게 느껴진다.
나무는 키가 37m, 줄기 둘레가 14.5m나 되는 거목이다. 국내 은행나무 가운데 가장 굵은 나무다. 나이는 700살 가량 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 선조 때 훈련대장을 지낸 탁순창(卓順昌)이 임진왜란이 끝나고 이곳에 낙향하여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은행계를 만들어 이 나무를 보호하고 친목을 도모하였다고 한다.
옮겨 심은 지 20년이 되지만 나무는 아직도 철제 빔으로 지탱되고 있다. 그러나 이 은행나무는 나무를 사랑하는 우리의 자랑으로 여길 만한 귀한 나무다. 천연기념물 175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