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쥐오줌풀

샌. 2004. 11. 25. 13:16


 

새벽 4시에 일어나 배낭을 챙겨서 출발한다. 소백산 아래에 도착해서 어두운 산길을 따라 두 시간 정도 오르면 연화봉에 이른다. 오르는 도중에 해가 떠오르는 장관도 볼 수 있다.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는 어머니와 만날 시간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어머니는 산나물을 뜯으러 가고, 나는 소백산 능선의 봄꽃을 보기 위해서이다.

 

5월 초순이 되면 소백산 연화봉 부근 능선은 아름다운 야생화 꽃밭으로 변한다. 바람 세고,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산꼭대기 벌판에 봄이 되면 온갖 야생화들의 잔치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처음 이 광경을 보고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넋이 나갈 정도여서 이리저리 허둥대기만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제 정신을 차리고 차분해질 수 있었다.

 

언제나 꽃들에 취해 있으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사실 도시락 먹는 시간도 아깝다. 저쪽에도 가보고 싶은데 벌써 오후의 약속 시간이 된다. 어머니는 큰 배낭 가득 산나물을 뜯으셔서 기다리고 계신다. 그리고 일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은 사람도 벅찬 짐을 지고 큰산을 오르내리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봄이 되면 이렇게 어머니와 같이 소백산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어머니의 기력도 떨어지시고, 또 소백산에서의 외지인들 산나물 채취도 금지되어서 이 연례 행사는 끊어지고 말았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소백산의 그 화려했던 봄꽃들의 향연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때의 어느 해에 찍었던 쥐오줌풀이다. 대부분의 꽃들이 바람을 피해 몸을 낮추고 피어 있는데, 쥐오줌풀은 큰 키를 자랑하며 곱고도 당당히 피어 있었다. 왜 하필 이름을 '쥐오줌'으로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실물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 쥐똥나무와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내년 봄에는그 추억의 꽃밭을 꼭 다시 찾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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