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민식 사진 전시회에 다녀오다. 다큐멘타리 사진작가로서 최민식 님은 흑백사진을 통해서 5, 60년대의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너무나 변했지만 사진 속의 모습들은 사실 우리들 어제의 모습이었다. 거기에는 궁핍과 삶의 무게에 찌들었던 우리의 모습이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받는다. 사진 속에서 따스한 인간애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천진한 아이들의 얼굴, 자갈치 시장 아줌마의 건강한 웃음, 아이를 꼭 껴안고 국수를 먹이는 야윈 엄마의 행복한 미소 등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결코 절망에 무너지지 않을 희망과 사랑이 사진에는 있다.
사진을 보며 나는 역설적으로 지금 이 시대의 '풍요 속의 가난'이 더욱 대비되어 보인다. 그 시대는 가난했지만 결코 마음까지 가난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이 사진전의 제목이 '사람만이 희망이다'이다. 같은 제목의 책을 몇 해전에 박노해 님이 냈다. 거기에 들어있는'다시'라는 시이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런가 보다. 사람으로 인하여 절망하고 분노하지만, 그래도그 사람 속에서 희망의 싹은 돋아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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