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초록 세상에서 환한 분홍빛 꽃을 피우는 나무가 목백일홍이다.
남중국이 원산지인데 정식 이름은 배롱나무이고 백일홍, 또는 나무 백일홍으로도 부른다.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니 이 나무가 더 많이 눈에 띈다.
한여름과 가을에 걸쳐 피어나는 꽃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불 붙은듯 뜨겁다.
목백일홍은 꽃도 눈에 확 뜨이지만나무 줄기도 특이하다.
매끈한 줄기는 손을 대보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다.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나무 줄기만 남았을 때 보이는 조형미가 좋아서 마당에 이 나무를 심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월동 준비를 단단히 해 주라는 당부를 들었다.
사진은 덕진공원에서 만난 목백일홍이다.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목백일홍 / 도종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