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목백일홍

샌. 2004. 7. 26. 14:59

 

온통 초록 세상에서 환한 분홍빛 꽃을 피우는 나무가 목백일홍이다.

남중국이 원산지인데 정식 이름은 배롱나무이고 백일홍, 또는 나무 백일홍으로도 부른다.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니 이 나무가 더 많이 눈에 띈다.

한여름과 가을에 걸쳐 피어나는 꽃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불 붙은듯 뜨겁다.

목백일홍은 꽃도 눈에 확 뜨이지만나무 줄기도 특이하다.

매끈한 줄기는 손을 대보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다.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나무 줄기만 남았을 때 보이는 조형미가 좋아서 마당에 이 나무를 심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월동 준비를 단단히 해 주라는 당부를 들었다.

사진은 덕진공원에서 만난 목백일홍이다.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 목백일홍 /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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