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웃에서 각시원추리 몇 포기를 주길래 집 주변에 심었더니 올 여름에는 노랗게 꽃을 피웠다.
원추리는 각시원추리보다 더 진한 노란색이지만 화초로 감상하기에는 각시원추리의 노란색이 훨씬 밝고 부드러워서 보기에 좋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런 원추리 종류는 동양이 원산지로서 우리 조상들이 장독대나 뒤뜰에 심어 놓고 사랑해 온 꽃이라고 한다. 원추리는 한자 이름이 훤초(萱草)인데 이것이 발음하기 편하게 변하면서 원추리로 불리게 되었으리라고 추정한다.
노랑은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색이다. 따라서 이 꽃을 집 안에 심어 놓고 바라봄으로써 집에 부귀영화를 불러들일 수 있다고 믿은 일종의 주술 신앙적인 요소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원추리를 심은 직접적인 이유는 남아 선호 사상에 있다고 한다. 애를 밴 부인이 이 꽃봉오리를 가지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이 전해져 오는데 이 꽃봉오리 모양이 영락없이 사내아이의 고추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어머니들은 임신하면 이 꽃봉오리를 머리에 꽂고 다니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일종의 꽃을 이용한 남근 숭배 신앙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물론 꽃은 꽃 자체로서 아름답다. 그래서 꽃 한 송이에서 이렇게 복잡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것이 마뜩찮기는 하지만 원추리를 통해서 우리 조상들이 원하고 살아온 삶을 읽을 수도 있어서 꽃을 보는 눈이 좀더 넓어질 수도 있겠다.
옛 사람들이 집 뜰에 꽃 한 송이를 심을 때미적인 기준으로만 고른 것이 아니라 밑바탕에는 이런 바램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