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 며느리밥풀꽃을 만나면 걸음을 멈추고 애틋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 꽃에 따르는 전설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꽃에 '며느리' 자가 붙은 것은 다 그런 것 같다. 며느리밑씻개라는 꽃도 그렇고, 지금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며느리○○라는 꽃도그렇다.
모두다 며느리의 슬픈 신세를 꽃에 이입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옛날 여자들 대부분은혹독한 시집살이를 경험했던 것 같다. 지금 시대에야 그렇게 했다가는 당장 이혼하고 뛰쳐나가 버리겠지만 말이다.
그것은 여자의 경제적 능력이나사회적 인식이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역사는 확실히 진보를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당연시되던 노예제가 폐지되었듯이 미래의 언젠가는 전쟁도 불법으로 규정되고 사라질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며느리밥풀꽃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착한 아들과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어느덧 아들이 커서 장가를 갔고 한 처녀가 이 집의 며느리로 들어왔다. 며느리의 효성도 아들에 못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이 먼 곳으로 머슴살이를 떠나간 뒤부터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빨래터에서 빨래를 해오면 누구와 만나고 왔냐며 다그치고 빨래를 마당에 내동댕이치며 구박했다. 다른 일들로도 트집을 잡았지만며느리는 군소리없이 용서를 빌며 일을 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계속 며느리를 학대하며 어떻게 해서든 쫓아내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런던 어느 날 며느리는 저녁을 짓고 있었다. 밥이 다 되어갈 무렵 뜸이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솥뚜껑을 열고 밥알을 몇 개 입에 물어 씹어 보았다.
방에 있던 시어머니는 이때다 싶어 몽둥이를 들고 부엌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어른이 먹기도 전에 밥을 먹느냐며 다짜고짜 며느리를 마구 때렸다. 며느리는 밥알을 입에 문 채 쓰러졌고 며칠 동안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아들은 단숨에 달려와 통곡하고 색시를 솔밭 우거진 뒷 산에 묻어 주었다.
그 뒤 이 며느리 무덤가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났는데 여름이 되자 하얀 밥알을 물고 있는 듯한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착한 며느리가 밥알을 씹어 보다죽었기 때문에 핀 꽃이라 여기고 이 꽃을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