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간 길에 덕진공원에 들리다.
공원 안에 있는 넓은 호수에는 마침 연꽃이 만개해서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올해는 긴 장마에 흐린 날이 계속되어 연꽃의 개체수가 적다고 하지만 그래도 외지인의 눈에는 여전히 장관으로 보인다.
하나가 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이렇게 수 많은 무리들이 어울려 만드는 아름다움도 있다.
연꽃이 주는 이미지는 역시 종교적이다.
꼭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어서가 아니라 탁한 물과 짙은 색깔의 연잎을 배경으로 솟아올라 환하게 피어난 연꽃을 보노라면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연꽃에서는 침범할 수 없는 경건함과 고귀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연꽃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표정들도 아름답고 선한 기운으로 가득한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수녀님과 비구니 스님들의 천진무구한 모습과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꽃이다.
광주에서 왔다는 우리 말을 무척 잘 하는 인도인 부부가 사진을 찍어달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인도에도 연꽃이 많고 좋아한다면서 잠시 고향 생각에 젖는다.
오래 전 일이지만 전주에 처음 내려갔을 때 안내 받아 찾아간 곳이 이 덕진공원이었다. 그 때 넓은 연꽃 호수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뒤로 여러 차례 연꽃을 구경했지만 늘 처음 보는 듯 감탄하게 된다.
내 마음의 흙탕물 속에서도 저런 예쁜 깨달음의 연꽃 한 송이 피어올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