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던 어느 때 '100m 미남'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미남으로 불려지니 싫진 않았지만 그러나 별로 탐탁치 않은 별명이라는 것을 아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멀리서 볼 때는 그럴 듯한데 가까이서 보니까 별 볼 일 없더라는 의미일 것인데, 그것이 용모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인간 됨됨이까지 나타내는 말인 줄을 곧 눈치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인간을 깊이 사귀다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해서 놀랄 때가 있는데 본색이나 밑천이 드러난다고 할까, 멀리서 본 겉모습과는 달리 영 딴판이어서 실망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 우리나라 여기 저기에는 삼잎국화가 화려한 색깔을 뽐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데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가까이 가서 보면 꽃 모양이나 색깔에 실망을 하게 된다.
제멋대로 올라가고 처진 꽃잎은 조화를 잃었고, 원색의 색채는 너무 강해 바라보면 취할 듯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신륵사 앞마당에 피어있는 이 꽃을 보면서 문득 옛날의 내 별명이 연상된 연유이다.
이 꽃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고 하는데 우리 야생화와는 분위기부터가 확연하게 다르다.
남국의 뜨거운 태양 아래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꽃이다.
특히 색깔이 너무나 강렬해 그 열기에 데일 것만 같다.
그래도 태평양 건너 먼 이국 땅까지 찾아와 곧 닥칠 한여름을 예고해 준다.
이 장마가 그치면 이만큼 화려한 여름이 열린다고 말이다.
< 삼잎국화 / 여주 신륵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