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강가에서

샌. 2004. 7. 11. 20:15

헉헉거리며 산에 오르고,

온천탕에서 몸 담그고, 폭포도 맞고, 한 숨 늘어지게 자기도 하고,

그러다가 저녁 무렵에는 강가에 앉다.

남한강변 - 가파른 절벽에 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게 자라고 있는 벼랑 끝 바위 - 조망이 무척 좋은 곳이다.

천년 만년 변함 없을 것 같은 바위 덩어리를 핥으며 강물은 쉼없이 흘러간다.

쉬이 흘러가는가 싶다가도 소용돌이를 치고, 맴돌이를 하다가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한 걸음에 내달리다가 바위에 부딪쳐 비명을 지르기도 하면서,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없이 흘러간다.

대해에 다다르기 위해서 그들은수도 없이 넘어지고 엎어지며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천년 전, 백년 전, 앞서 살았던 선인들도 이 자리에 앉아 넋 놓아 저 강물을 바라본 사람 있었으리라.

그들은 삶의 고통을 조금은 위로를 받고 발길을 돌렸을까? 아니면 상처가 너무 아파 속울음만 울다가 일어설 수밖에 없었을까?

갑자기 강물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보트의 굉음과, 뭐가 그리 즐거운지 보트에 탄 젊은이의 호쾌한 고함 소리가 정적을 깬다.

일어나야지!

내일 또 비 소식이 들리지만 이제 장마의 끝도 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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