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서울의 매미

샌. 2004. 8. 4. 13:12

오랜만에 서울에 돌아오니 매미 소리가 제일 반긴다.

오늘 아침에는 아파트의 방충망에도 한 마리가 찾아왔다. 왠일인지 소리는 내지 않고 가만히 붙어있다. 손으로 건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다. 나무 대신에 철망에 매달린 모습이 기괴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서울의 매미 소리는 무척 극성스럽다.

무리가함께 울어댈 때는 마치 한꺼번에 불어대는 호루라기 소리를 듣는 것처럼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특히 도로변이 심해서 자동차 소음과 경쟁이나 하려는지 너무 시끄러워서 이건 또 하나의 소음 공해라는 생각도 든다.

옛날 느티나무 아래서 땀을 식힐 때 '매앰- 매앰-'하고 울며 여름의 정취를 더하던 그 소리는 이미 아니다.

세상이 각박해지니 번성하는 매미 종류도, 매미 소리도 변해가는가 보다. 서울의 매미 소리는 차가운 금속성의 쇳소리이다.

그런다고 어찌 매미를 탓할 수 있으랴. 그들은 다만 악화되어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인 것을.....

저들은 지하에서 긴 꿈을 꾼 후 도시에 태어나 지상에서의 짧은 기간동안 또 자동차 소음과 싸워야 하는 불행한 운명인 것이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도시의 매미는 새로운 변종이 될지도 모른다.

몸은 더욱 까매지고 흉물스럽게 생긴 모습에 이 지상의 어느 생물보다 날카롭고 큰 소리를 내는 종으로 변하게 될까 두렵다.

그때가 되면 매미와 연관된 여름의 추억은 더 이상 아름답게 회상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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