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메기'가 데리고 온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고 비도 간간이 내리는 날이다.
마음이 울적해서 아내와 같이 올림픽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한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나타나고 그렇게 계속 허덕거리며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는게 인생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개마루에서 잠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하는 기쁨도 있지만 그런 즐거움은 보통 오래 가지는 않는다.
산책로 옆 잔디밭에 미루나무(?)가 서 있다.
멀리서 보면 한 나무로 보이는데 가까이 가보면 두 그루가 사이좋게 자라면서 마치 한 나무와 같은 수형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 '부부목(夫婦木)'이라고 이름붙여 놓은 나무이다.
키를 같이 맞추면서 그리고 서로 양보하는 건지 묘하게도 가운데로는 가지도 뻗지 않고 있다. 설마 인공적으로 잘라내고 다듬은 것은아니겠지.
저 나무를 보면 우리 부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그러기 때문에 서로 쉽게 상처받고 마음 상하기도 쉬운 사람.
수십 년 세월이 흘러도 저렇게 똑 같이 키 맞추며 가운데로는 바람이 통하게 비워둘 줄도 아는 지혜를 가질 수 있을까?
어느 하나를 들어내면 빈 자리가 너무 커 보이는, 둘이 마주보고 서야 온전한 존재가 되는 그런 부부로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