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막내가 어학연수를 떠나다

샌. 2004. 9. 1. 21:19

막내가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있는데 직접 중국에서 어학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를 1년 휴학하고 출국한 것이다.

지난 겨울에 배낭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준비도 하고 수속도 다 마쳤다.

그래도 장기간의 해외 생활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어찌할 수 없는지 평상시와는 다른 낌새가 느껴지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몸살도 진하게 앓았다.

나는 집안에서 아이들과 대화가 부족하다. 부족한 것이 아니라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은 많건만 서로 마음을 나누는 대화는 부녀지간이건만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아내와 아이들은 아주 가까이 잘 지낸다. 모녀지간이 아니라 마치 친구 사이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질투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다 아이들에게 던지는 말이 칭찬보다는 야단에 가깝다. 그러니 아이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빵점 아빠일 수밖에 없다. 아빠가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는 얘기를 아내로부터 자주 전해 듣는다.

아이들의 고민이 무엇이고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헤아려 보려는 어떤 노력도 해 보지 않았다.

그러니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막내의 뒷모습을 바라볼려니 더욱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만 든다.

진작에 더 귀를 기울여 주고 이해해 주고 눈높이을 맞추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깨닫게 되는 것이 늘 이렇게 한 박자씩 늦게 되는지 모르겠다.

애비의 입장에서는 다 큰 자식이지만 걱정되기는 어린 아이를 내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것이 낯선 곳에 가서 제대로 생활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하고, 또 어떤 면으로는 내 딸이 벌써 저렇게 컸다는게 대견하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지금쯤 낯선 방에 들어가서 짐을 정리하고 있을 텐데, 집이나 에미 생각을 하면서 쓸쓸해 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같은 방에서 생활할 파트너도 잘 만나야 될 텐데 어떤 친구일지 궁금하다.

막내야!

지금의 힘들고 어려운 것이 나중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풍요로운 마음의 자산이 될 것이다.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넓은 세상도 만나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고, 그리고 연수의 목적대로 중국어의 바다에 푹 잠겨보아라.

그리고 돈을 너무 아낄 생각은 하지 마라. 아빠가 그 뒷받침을 해 주지는 못하겠느냐?

사랑한다.... 막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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