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금강에는 철새가 없다

샌. 2003. 12. 17. 13:01

<물 위에 떠있는 몇 마리 오리들이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금강 하구에 지금 30만 마리가 와 있다는데 다들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어제 몇이서 금강 하구로 철새를 보러 갔다.
혹시나 가창오리 떼의 저녁 군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금강에서는 철새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의 오리류들 만이 수면 위에 작은 점으로 떠있었다.
탐조대의 안내 데스크에 물으니 약 30만 마리가 와 있다고 하는데 다들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으나 오리 무리의 멋진 비행은 끝내 보지 못했다.
실망한 우리들 머리 위로 예닐곱 마리의 기러기 가족이 북쪽으로 날아갔다.

철새를 본다고 기대에 부풀어 따라나섰던한 사람은 아주 실망한 눈치다.
때를 잘못 선택했기도 있지만 이런 것은 TV를 통해 눈 맛을 버려놓은 탓도있지 않는가 싶다.
우리는화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너무나 멋진 광경을 접한다. 온 하늘을 뒤덮는 철새의 모습이라던가, 화면을 꽉 채우듯 클로즈업한 세밀한 묘사 덕분에 실제 현장에서도 그런 감동을 기대한다.
그러나 새들은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숨어 있거나 아주 멀리 있는 새들을 실제 관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새 떼가 하늘을 덮는 장관을목격하기 위해서는 행운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철새들은 기온 차이에 따라 이곳 저곳으로 계속 이동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지역 탐조가들이 각 지역의 철새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있었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막연히 찾아 나섰다가 제대로 본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다만 금강 하구는 이제 철새 도래지로서의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강을 포위한 도로와 자동차 소음, 그리고 계속 강변을 따라 들어서는 건물들로 새들의 안식처는 앞으로 되지 못 할 것 같았다.
낙동강 하구가 그랬듯이 금강 하구도 새들이 떠나가 버린 쓸쓸한 땅이 될 것이다.

그러나올 겨울에 어딘가에서는 꼭 가창오리 무리의 멋진 비행을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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