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남이섬에 다녀오다

샌. 2003. 9. 30. 20:31

 

[남이섬의 메타세콰이어 길 - 멀리 찍힌 다정한 연인이다가오더니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하늘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도시를 벗어나니 가을이 성큼 가까이 와 있었다.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자연의 순환 -- 고달픈 인생사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야속할 정도로 자연의 변화는 냉정하다.

 

우리나라 자살자 수가 노인만 하루에 7명이 넘는다고 하는 보도를 어제 신문에서 보았다. 그렇다면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하루에 얼마나 되는 걸까? 수십명? 수백명? 그들의 절망감은 얼마나 컸던 것일까? 막상 자살을 결행하지 못하는 같은 고통의 또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것은 동시에 나의 아픔에 대한 위로도 된다. 누구 하나 가슴 속에 상채기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이상하게도 남이섬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 이유는 섬에 들어가서 알게 되었다. 바로 `겨울연가`의 촬영지를 보러 온 것이다.

나는 그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TV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남이섬 곳곳에는 그 촬영지임을 나타내는 안내문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다는 메타세콰이어 길은 짧지만 아름다운 길이다. 평일 오후여서인지 길은 조용하고 아늑했다. 마침 멀리서 연인 한 쌍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이 건네주는 카메라로 사진 한 장을 찍어 주었다. 파인더 안에는 젊은 아름다움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내와 나란히 앉은 벤치 앞 풍경. 가을이 가까이 와 있다.]

 

섬 주위를 일주한 뒤에 나무 아래 의자에서 쉰다. 오랜만에 아내의 손을 잡아본다. 부부의 연으로 만나 아웅다웅 살아온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평범하게 이어져 오던 생활이 이즈음에 들어서 격랑을 겪고 있다.
돈도 잃고, 사람들도 잃고,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건 꿈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꿈이 없는 가슴은 공허하다. 그 공허는 다른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다.

 

어두어지는 시간에 섬을 나왔다.
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있다.
우리의 마음도, 우리 인생살이도 쉼없이 맑은 날과 흐린 날이 반복되고 있다.
흐린 날과 비 오는 날을 만났을 때 절망하지 않기!
하늘이 주는 길에 순응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기!
돌아오는 길에 수제비로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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