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한 웅큼을 꺾어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소녀가 말한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마타리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는 대표적인 꽃이다. 들판에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마타리를 보면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한다. 양평의 황순원문학촌에 '소나기마을'이 있다는데 거기도 지금쯤 마타리가 한창일까? 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