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게 있다. 수돗물은 마실 수 없는 물인가? 수자원공사에서는 안심하고 마시라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싱크대 안에 정수기가 장치되어 있고 정수기를거쳐 나온 물을 마신다. 어떤 사람은 정수기도 믿지 못하고 생수를 사서 마신다. 요사이는 생수도 믿을 수 없다고도 하니 도대체 무얼 마셔야 한단 말인가. 돈 많은 사람은 외국에서 사 온 물을 마신다고 한다. 바다 깊은 데서 꺼내온 물도 있고, 북극 빙하에서 가져온 물도 있단다.
수자원공사에서는 수십 가지의 기준에 따라 수질을 측정해서 발표한다. 그래서 상수도가 안전한 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송수 과정에 있다. 배관이나 물탱크가 낡고 녹슬었는데 원수가 아무리 좋으면 무엇 하겠는가. 더러운 송수관이나 물탱크 속을 보고서도 수돗물을 그냥 마실 사람은 없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가끔씩 수도꼭지에서 시뻘건 녹물이 나와서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수도 당국에서는 원수의 질보다 송수 과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또 심리적 원인도 있다. 수도권 시민들이 주로 팔당댐 물을 마시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너무 오염되어 있다. 아무리 완벽하게 정수를 한다지만 저 물을 마신다 생각하면 거북하다.
옛날에 시골에서는 서울 사람들은 수돗물을 마셔서 얼굴이 하얗다고 다들 부러워했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염소 소독 냄새가 심하게 나던 수돗물을 선택 받은 사람인 양 자랑스럽게 마셨다. 한양에 입성했다는 첫 징표가 수돗물이었다. 수돗물 중에서도 서울 수돗물이 최고인 줄 알았다. 갈증이 나면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지금 물이 그때보다 못해졌을까? 이젠 아무도 직접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그냥 수돗물을 받아 라면이라도 끓이려고 하면 아내는 질겁한다. 마침 환경운동연합에서 나온 ‘수돗물을 건강하고 맛있게 먹는 법’이라는 안내문을 보았다. 물마저 마음 놓고 마실 수 없게 된 세상을 사는 게 씁쓸하기만 하다.
<수돗물을 건강하고 맛있게 먹는 법>
1. 수도꼭지를 열어 수도관에 고인 물을 2분쯤 흘려보내 깨끗한 물을 받는다.
2. 수도꼭지에서 받은 물을 20~30분간 깨끗한 공간에 둔다. 휘발성 물질이 날아가면 냄새가 사라진다.
3. 플라스틱병보다는 유리병, 사기그릇 등에 담아 마신다.
4. 녹차나 레몬을 넣어 마신다.
5. 냉장고를 이용한다. 저온에서는 세균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
6. 더 안전하게 먹고 싶다면 팔팔 끓인다. 이때 뚜껑은 닫지 않는다. 염소 등 휘발성물질이 날아가 물맛이 한층 좋아진다. 보리, 옥수수, 결명자 등 낟알을 넣어 끓인다. 이 낟알들은 물속에서 움직이며 중금속 등 해로운 요소를 흡수한다.
7.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온수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배관에 온수와 냉수가 번갈아 흐르면서 녹물이 나올 수 있다.
8. 그래도 걱정된다면 수돗물 수질검사를 의뢰하라. 수도꼭지, 배관시설, 물탱크 상태를 점검하며 물의 탁도, 수소이온 농도, 소독물질 염소량 등을 진단한다. 가정별 수질검사는 수도사업소와 수질검사소에 의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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