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장모님을 모시고 임실에 있는 옥정호엘 다녀왔다. 문밖 출입을 잘 못하시는 장모님에게 바깥바람을 쐬어드리기 위해서였다. 작년만 해도 걷기에는 큰 지장이 없었는데 수술을 한 후에는 더욱 연로해지셨다. 신록의 계절은 더욱 푸르렀고, 갑자기 오른 기온은 이미 성큼 여름이 다가온 듯했다.
자식 아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장모님의 자식 사랑은 정말 유별하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후 배우자 연금으로 생활하시는데 본인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못한다. 난방비를 아끼느라 겨울에도 집안에는 냉기가 싸늘하다. 그래서 모은 돈은 전부 자식들에게 준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다. 몸이 아파도 자식들 힘들게 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아직도 다 큰 자식으로 노심초사하시는 걸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천성이 그리 돼 먹은 걸 어떡하냐, 하신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의 삶이 없다. 모든 것을 자식에게 바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다. 그러나 자식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도 자식에게 먹일 거라면서 지금도 힘든 농사일을 하신다. 마음 편하게 지내시도록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자식 잘못도 있지만, 어머니의 일에 대한 애착은 막을 수가 없다. 오직 외길의 방식이었다. 어려웠던 시대가 한국의 모든 부모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70대 이상의 어르신들 속에는 고난의 나이테가 전부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분들을 지금의 우리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길에서 마주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그분들의 감춰져 있는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우리 모두 고개를 숙이고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나는 낀 세대다. 어버이날에 위로는 부모님을 챙겨야 하고, 밑으로는 자식들로부터 축하를 받는다. 세월이 어느덧 이렇게 흘러 이젠 자식이 새끼를 낳고 키우는 모습을 본다. 깨우치는 게 많다. 인생이란 저 호수에 일렁이는 물결과 같구나. 만개한 봄이 무척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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