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이 소설을 다시 읽어 보았다. 아니, 처음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전이란 무엇인가? 읽지 않았으면서도 읽은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는 책이다. <이방인>도 그런 류다. 읽은 기억은 전혀 나지 않은데 응당 읽었을 것 같은 책이다.
역시 혼란스럽다. '낯선 세상'에 내던져진 것 같다. 실존주의 철학에서 인간 존재를 '피투(被投)'라는 말로 설명한 게 떠오른다. 우리는 이 세상에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내던져진 존재다. 또 세상은 내 뜻과는 아무 상관 없이 돌아간다. 뫼르소는 그런 상황을 극단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건 아닐까? 뫼르소가 보인 세상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은 피투된 존재의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방인>은 세상과 삶의 본질을 까발린다. 눈부신 알제리의 햇빛 아래 가식으로 덮인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 송두리째 벗겨진다. 우리는 내 삶이 아닌 세상이 요구하는 삶을 살 뿐이다. 왜? 그것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삶의 본질을 대면하고 그 무의미성에 노출되는 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자신이 바로 세상의 이방인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마치 다른 행성에 떨어진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소설 내용은 간결하다. 그러나 어머니 장례식 장면부터 살인, 재판 과정을 통해 나타난 뫼르소의 행동은 지진처럼 우리의 의식을 흔든다.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이 세상을 의심해 달라는 뫼르소의 외침이다.
낯선 세상, 단독자, 무관심, 자유, 전복, 햇빛 등이 <이방인>을 통해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이방인>은 짧은 소설이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바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견고하다고 믿는 땅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의 껍데기는 워낙 단단하다. 아마 죽음을 앞두고서야 우리는 뫼르소의 정신 속으로 한 발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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