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 사범은 환갑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선에서 맹활약이다. 최근에는 공식 대국에서 10연승을 거두었다. 서 사범이 바둑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꾸준히 는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실력이 최전성기였던 90년대보다 세다고 단언했다. 그때는 응씨배를 우승하고, 진로배에서도 9연승을 했다. 바둑 실력이 20대 때 절정이었다가 점차 줄어든다는 게 통념이다. 객관적 성적도 그걸 증명한다. 그런데 서 사범은 안 된다고 포기하지 않으면 꾸준히 는다는 것이다.
바둑 두는 사람은 기력 향상이 최고의 소원이다. 젊었을 때는 죽순이 자라듯 실력이 부쩍부쩍 늘었지만 지금은 제자리 걸음이다.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쉽게 나이 핑계를 댄다. 그러나 가만히 관찰해 보면 늙었다고 기력이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체력적인 문제는 있다. 장시간 바둑을 둘 경우에는 집중력에 한계가 있어 덜컥수를 놓는 경우가 생긴다. 속기일 경우에는 순발력도 떨어진다. 그래도 다른 운동에 비해서는 훨씬 체력의 제약이 덜 한 편이다. 젊은이와 맞대결해도 꿀리지 않을 종목으로는 바둑만한 게 없다.
퇴직하고 나서 바둑을 다시 두면서 반 점 정도는 실력이 늘었다. 전에는 버거웠던 상대가 지금은 맞수가 되었다. 토끼 꼬리만큼씩이지만 실력이 늘어나는 걸 경험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내용이 좋은 바둑을 두게 되면 희열을 느낀다. 물론 이기면 더 기분이 좋다. 지금 이 나이에 무슨 바둑 공부랴,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바둑책도 보고 있다. 뭐든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야 진보가 있는 법이다.
공부하면 실력이 늘고, 실력이 늘면 승률이 좋고, 승률이 좋으면 기분이 좋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이런 선순환이 한 단계 레벨 업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꾸준히 는다!" 비단 바둑만이 아니다. 나이가 이래서, 라고 한 발 물러서기보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 사범의 말에서 용기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