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구나, 너희들과 헤어지게 되어 아쉽다.
선생님, 그동안 우리들이 속 썩여서 미안해요.
너희들이 속은 무슨 속을 썩여.
그냥 말 좀 안 듣고,
숙제 안 해 오고,
귀청 떨어지게 떠들고,
쌈박질 좀 하고,
수업 시간에 뛰쳐나가고,
음, 와장창 유리창 깨고,
다른 선생님한테 걸려서 귀 잡혀 들어오고,
꼬박꼬박 대들고,
봄날 병아리들처럼 비실비실 졸고,
욕 좀 하고,
몰래 침 뱉고,
무릎 까져서 피 질질 흘리고,
음음, 높은 곳에서 떨어져 간 떨어지게 하고,
입 아프게 설명해도 단체로 멍 때리고,
저번에는 참, 다섯 분이 한꺼번에 땡땡이도 치셨지?
아무튼, 그런 일들밖에 없었는걸 뭐.
그러네요.
헤헤헤헤
히히히히
- 깨알 같은 잘못 / 이창숙
동시의 대상이 아이들이다 보니 학교 소재가 많다. 어떻게 하면 이런 재미난 시를 쓸 수 있는지 감탄이 난다. 옛날에는 고등학생 다루기가 힘들었는데 중학교로 내려가더니 이젠 초등학생들이 제일 골치를 썩히는 모양이다. 초등학교 선생님 얘기로는 5, 6학년 담임은 절대 안 맡으려 한다는 것이다. 1년 동안 고생길이 훤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이다. "그러네요. 헤헤헤헤 히히히히" 그래도 이 아이들을 어찌 미워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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