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현동 할아버지는
몇 해째 중풍으로 누워 계신 할머니를
혼자 돌보십니다.
밥도 떠먹여 드려야 하고,
똥오줌도 혼자 눌 수 없는 할머니를
힘들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으시고.....
요양원에 보내면
서로 편안할 텐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이웃들이 물으면,
딱 한 말씀 하십니다.
"누 보고 시집왔는데!"
- 가장 짧은 시 / 서정홍
고향 마을에 계신 어르신들도 대부분 몸이 불편하시다. 중노동이 몸을 망가뜨린 것이다. 주변에 제일 많이 생기는 게 노인 요양원이다. 거동이 불편해지면 어쩔 수 없이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요양원에 들어간다. 자식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부부가 같이 사는 집은 어느 한쪽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끝까지 버텨내는 걸 본다. 이 시에 나오는 현동 할아버지도 그렇다. 시(詩)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시심(詩心)이 딴 데 있지 않다. 시인(詩人) 간판만 내건 어중이떠중이들보다는 할아버지의 한 마디가 더 시의 정수에 가깝다. "누 보고 시집왔는데!", 이 한 마디에 코끝이 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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