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가 조선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등의 망언을 한 전력 때문에 시끄럽다. 젊은이들이 대기업만 선호하는 것도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는 성향 탓으로 돌렸다. 또, 6.25 전쟁을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시련이라는 말도 했다. 복지가 부패보다 더 무섭다는 칼럼도 있다. 역사와 현실 인식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이 사람은 개신교 근본주의 신앙에 친미 친일적인 식민사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라의 지도자라면 사회 현상에 대한 올바른 원인 진단과 균형된 시각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총리감이 아니다.
이런 인물을 총리랍시고 추천한 걸 보면 정권의 중심축을 이루는 브레인의 수준이 어떠한지 헤아려 알 수 있다. 국가가 이런 인간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게 슬픈 일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지만 하는 꼴을 보니 모든 게 물 건너간 것 같다. 다시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라는 탄식이 벌써 나온다.
시인이 본 조선의 마음은 서로 나누고 돌보는 상생의 따스한 마음이다. 가난하기에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이 살아 있었다. 가난하고 약한 자를 보살피고 과객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내 배만큼 남의 배 곯는 것도 아파했다. 기독교가 들어와서 조선 민족을 깨우고 부지런하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산업화가 되면서 전통적인 상부상조의 공동체 문화는 파괴되었다. 지금의 삭막하고 파편화된 삶을 봉합하려면 시인이 느낀 옛 조선의 마음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조선 600년이 결코 허송세월만은 아니다. 감나무에 남아 있는 홍시를 보고 게을러서 따지 않았다고 하는 인간도 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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