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스며드는 것 / 안도현

샌. 2014. 6. 30. 11:31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스며드는 것 / 안도현

 

 

낚시꾼들이 손맛을 거리낌 없이 즐기는 건 물고기가 고통을 모를 것이라는 가정을 하기 때문이다. 바늘에 입이 꿰인 채 살려고 발버둥 치는 물고기의 비명을 듣는다면 차마 낚시를 취미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동물은 말할 나위가 없고 식물도 감각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은 우리의 지식이 일천할 뿐,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이제는 인류 의식도 발전하여 보편적인 생명 윤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왔다. 동물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절차도 돈의 논리가 아니라 생명 존중의 입장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앞으로 꽃게장이 반찬에 오르면 이 시가 떠올라 머뭇거릴 것 같다. "미안해", 밥도둑이라며 이제 더는 게걸스럽게 탐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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