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겨울에 우리 다시 만나니
슬프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눈물과 미소로 너를 바라본다
용기 내줘서 고마워
살아있는 네가 눈부셔
우린 꼭 이겨낼 거야
저들에겐 총이
우리에겐 빛이
우리,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우리, 서로가 나라를 지키고
될 때까지 우리 함께 할 거야
역사의 악인은 얼굴을 바꾸며
교과서 밖으로 걸어 나오지만
우리는 지금 살아있는 빛으로
승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으니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아이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
선령들이 우리를 가호하고 있어
저들에겐 탐욕이 우리에겐 영혼이
저들에겐 총칼이 우리에겐 사랑이
저들에겐 파멸이 우리에겐 희망이
우리 인생의 '별의 시간'에
다치지 말고 지치지 말고
빛으로 모이자, 될 때까지 모이자
- 저들에겐 총이 우리에겐 빛이 / 박노해
윤석열이 지난 12월 3일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란 말이 무색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한 14일까지의 열하루 동안은 어둠과 빛이 싸워서 빛이 이긴 역사적인 시기였다. 여의도 국회 앞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탄핵을 촉구하는 빛의 집회가 매일 열렸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어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직접 참가는 못했지만 중계 영상에서 응원봉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눈물겹게 고마웠다.
박노해 시인의 이 시는 2024년 겨울의 대한민국 상황에 부치는 희망의 메시지다. 닷새 전의 '박노해의 걷는 독서'에 실려 있는 걸 봤다. 시인은 시와 경구로 독재와 불의를 고발하며, 촛불을 든 시민을 격려한다.
- 정점에 달한 악은 스스로 무너진다(12/4)
- 피와 눈물로 이루어낸 이 땅의 민주주의는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다(12/5)
- 어두운 밤이 가고 다시 아침 해가 떠오르듯 난폭한 권력을 저물게 할 준엄한 심판의 때가 온다(12/6)
- 불의한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의 항쟁이다(12/7)
- 우리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 한, 우리의 희망이 고갈되지 않는 한, 우리의 저항이 중단되지 않는 한, 이미 악은 무너지고 선은 드러날 것이니(12/8)
- 언제나 어둠을 밝히는 건 어둠을 밝히는 빛의 사람들(12/9)
- 저들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 조급하고 분열하기,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 하나 되어 끈질기게(12/10)
- 극단으로 가면 소멸한다(12/11)
- 권력을 쥔 자는 스스로 내려오는 법이 없다. 오직 저항의 힘으로만 그렇게 만들 뿐(12/12)
- 그들은 지금 살아남고자 필사적이다. 그러니 우리도 필사적이다(12/13)
- 빛으로 모이자. 될 때까지 모이자(12/14)
- 사랑은 나의 소중한 것을 내어주는 것.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내어 나의 가장 소중한 빛을 들고 새로운 역사를 쓴, 우리가 희망이다. 우리가 그 빛이다(12/15)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아름다워 / 쥘 르나르 (0) | 2025.01.02 |
---|---|
자전거 / 이원수 (0) | 2024.12.24 |
거인의 나라 / 신경림 (0) | 2024.12.08 |
인생 / 이기철 (0) | 2024.12.02 |
삼천포 / 백석 (0) | 2024.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