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MBN의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를 가끔 본다. 이번 주의 제목이 '빈털터리로 행복하게 사는 법'이었다. 여느 분과 마찬가지로 삶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산속에 들어가 혼자의 행복을 찾은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 성대한 자본주의 나라에서 과연 빈털터리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도시의 빈털터리라면 먼저 노숙자가 떠오른다. 빈털터리란 재산도 수입도 없는 사람이다. 도시에서 돈 없이, 그것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빈털털이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산속에서 홀로 살아간다.
욕심을 버리니 행복이 찾아왔다고 하지만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고 남과 비교하며 경쟁을 시키는 시스템 속에서는 평상심을 지키기 어렵다. 빈털터리가 놀 수 있는 유일한 세계는 자족이라는 독립국이다. 그러므로 끊어야 가능하다. 가족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매스컴과 사람의 공해에서 탈출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빈털터리로 행복하게 사는 법은 분명히 있다. 욕심을 끊고, 세상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다. 둘 다 필요 조건이다. 도(道)의 길에 다름 아니다. 우선 빈털터리가 되기도 어렵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물질이나 건강에서 크게 나락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다. 자발적으로 빈털터리가 된 사람은 못 봤다. 그 연후에 세상사 덧없음을 깨닫고 자신의 세계를 찾아 나섰다. 그들은 잃은 뒤에 더 나은 것을 얻었다.
본의든 아니든 자본주의 시스템에 편입되기를 거부한 사람이 있다. 개인의 행복 추구가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어느 시대에나 아웃사이더는 있었다. 시대의 진보는 다수의 노예가 아니라 소수의 이탈자에서 시작된다. 우리 사회의 병폐가 도드라지면 도드라질수록 이런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이분들의 삶을 방관자인 채 구경하고 나서 나를 돌아본다. 아무래도 나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꼭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부끄럽다. 누군가의 것을 빼앗은 건 아닌지 두렵기도 하다. 그렇다고 덜어낼 용기도 없다.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뻔뻔하게 말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