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나뭇간엔
작대기감도 말뚝감도 안 되어
그냥 노는 막대기가 많은데
어느 날 부지깽이가 되면
부뚜막에 오른 개
엉덩이도 때려 주지만
불을 때며 아궁이를 들락거리며
불땀 없는 땔감을 괄게 태우고
잉걸불 끌어내어 화로에 담으면서
제 몸을 태우고 또 태우고 해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다가
드디어 아궁이에 던져져서
불덩이가 되곤 했지
- 부지깽이 / 이문구
고향집 사랑방은 지금도 아궁이에서 불을 때 난방을 한다. 마당에는 어머니가 해 놓은 나뭇더미가 가득하다. 내려가면 군불을 넣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예 내 담당이 되었다. 옛날과 달라진 점은 성냥 대신 일회용 라이터를 쓰고, 부지깽이보다도 철로 된 집게를 더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부지깽이가 없어서는 안 된다. 부지깽이를 쥘 때는 어린 시절을 내 손에 잡은 것 같다. 젊은 어머니 모습도 떠오른다. 부엌 풍경에서는 부지깽이가 빠질 수 없다.
'부지깽이'는 소설가 이문구 선생의 동시다. 작가가 말년에 동시로 회귀하는 건 세월이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 선생 역시 부지깽이의 일생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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