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다
영원한 건 슬픔뿐이다
덤덤하거나 짜릿한 표정들을 보았고
막히거나 뚫린 몸짓들을 보았으며
탕진만이 쉬게 할 욕망들도 보았다
영원한 건 슬픔뿐이다
- 슬픔 / 정현종
37년 전 오늘 박정희와, 37년 뒤 박근혜의 지금 상황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설마 그런 일이, 라고 누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높으신 분이 화를 내더니 며칠만에 현실이 되었다. 분노와 허탈 뒤에는 늘 슬픔이 찾아온다. 무엇보다 깜냥도 못 되는 것들에 의해 한 나라가 통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막힌 머리와 탕진만이 쉬게 할 욕망이 결합하면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보고 있다. 돌아보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의 선택이었다. "영원한 건 슬픔뿐이다." 시를 오독하더라도 오늘은 시인이 이해해 주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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