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를 지나는 길에 잠깐 신륵사에 들렀다. 나에게 신륵사는 아련한 슬픔으로 젖어오는 곳이다. 저 석탑 옆 바위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속울음을 삼킨 적 있었다. 세월이 지나가면 다 나을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다독였다. 그때는 시절의 배반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한 상처가 아물고 다시 신륵사에 섰을 때 이번에는 4대강 사업으로 강변이 황폐화되고 있었다. 그 꼴이 보기 싫어 다시 신륵사에 가지 않았다. 다행히 정리된 후의 모습은 그다지 흉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래사장이 있던 자연스런 강과 비교될 수는 없는 일이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두 감정 모두 이제는 많이 가라앉았다. 시대를 거역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는 나이도 되었다. 이제는 관조의 때라는 걸 안다. 선악의 칼날도 너무 날카로우면 자신을 벨 수 있음이다.
사월 초파일을 앞두고 연등을 거는 손길이 분주하다. 그 엿새 뒤면 대통령 선거일이다. 각각 색깔은 다를지라도 한데 어울려 아름답게 펼쳐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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