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채널 돌릴 때 잠깐 봤을 뿐 제대로 시청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제목이 특이해서 잊히지 않는 이름이다. 그때마다 왜 이런 제목이 붙었을까를 생각하게 되니 작명 하나는 잘 한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어찌하다 보니 어른이 되었는지 모른다. 여기서 '어른'은 육체적인 나이가 의미하는 어른일 것이다. 정신의 성숙도와는 관계없다. 그렇게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인격적으로는 익어지지 못했다. 실제로 미성숙한 어른이 주변에는 수두룩하다. 그걸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일 것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한다.
돌이켜 보면 인생은 온통 '어쩌다' 투성이다. 어쩌다 태어나고, 어쩌다 성인이 되고, 어쩌다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된다. 그리고 어쩌다 죽는다. 무슨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만약 부모가 되는 자격시험이라도 있다면 불합격할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누구나 세월이 지나면 어른이 되지만, 실제 어른 자격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선 나부터도 자신이 없다. 나잇값을 못 하며 살고 있다.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는 걸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 자격이 없다는 고백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거기서 출발한다. 제 지식과 경험의 함정에 빠지면 절대 어른이 되지 못한다. 꼰대는 제가 꼰대라는 걸 모른다. 술 취한 사람이 절대 술 취했다고 하지 않듯이.
'어쩌다 어른'이라는 제목이 나에게는 절실히 다가온다. 연말이어서 더 그런지 모른다. 어쩌다 한 해를 살았고, 어쩌다 다시 새해를 맞는다. 돌아보면 엉성하기만 했던 일 년이었다. 살아가는 일이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는 일 전체가 '어쩌다 인생'이니까. 이젠 좀 덜 아등바등해야겠다. 어른이 되려는 노력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