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선수가 대활약했던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가 끝났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준결승까지 올라 페더러와 대결했다. 비록 졌지만 4강에 올라간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번 호주에서는 테니스 중계를 기다리며 행복했다.
정현 선수 때문에 오랜만에 페더러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결승전에서는 칠리치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오래 전 테니스를 할 때 동료가 백핸드를 배우라며 페더러의 경기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준 적이 있었다. 그때 페더러의 폼이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감탄사가 연발로 나왔다.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두 손으로 백핸드를 치는데 페더러는 한 손으로 친다. 한 손으로 치면 힘은 약할지 몰라도 빠르고 정교하다는 장점이 있다.
페더러의 테니스는 부드럽고 우아하다. 힘을 별로 들이지 않는 것 같다. 무슨 운동이든지 배울 때에 몸의 힘을 빼라는 충고를 많이 듣는다. 하수는 잔뜩 힘이 들어가지만, 고수는 연체동물처럼 유연하다. 그걸 페더러가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페더러의 라이벌인 나달이 공을 치는 모습을 보면 엄청나게 에너지를 집중한다. 저러다 어딘가 부러질까 두려울 정도다. 그래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페더러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내 눈에는 페더러가 한 수 위로 보인다.
페더러는 인성도 좋은 선수다. 경기할 때 매너가 좋고,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인터뷰할 때 보면 배려심도 있고 겸손하다. 이번에 우승하고 나서 눈물을 쏟아내는 걸 보니 무척 감성이 여린 사람 같다. 어느 모로 보나 최고수답다. 테니스의 황제라 불리는 이유는 경기력만이 아니다.
페더러는 정교한 드롭샷도 일품이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여러 번 나왔다. 전체적으로 뚜렷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자면 아킬레스건이 없어야 한다. 정현 선수가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서브를 집중 훈련해야 할 것 같다. 테니스는 서브 비중이 높은 스포츠다. 세트당 에이스가 다섯 개 정도는 나와야 경쟁력이 있다. 서브는 파워보다도 각도다.
역시 고수는 다르다. 페더러에 비하면 정현은 아직 풋사과다. 바꾸어 말하면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페더러의 테니스는 부드럽고 아름답다. 군더더기 동작이 없다. 언젠가는 페더러의 뒤를 이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정현 선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