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워렌 버핏

샌. 2018. 1. 15. 10:37

워렌 버핏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돈 많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겠는데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분과 점심을 먹기 위한 이벤트가 있는데 수십억 원의 경매가 붙는다는 얘기도 들어보았다. 너무 돈 많은 사람들 이야기는 관심 밖이다.

 

어제 보도에 버핏 회장의 검소한 생활이 소개되었다. 버핏은 현재 자산이 900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 부자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는 거의 1천 조 원이나 된다. 1조만 해도 어지러운데 1천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인지 내 머리로는 상상이 안 된다. 그걸 한 사람이 가지고 있단다.

 

그런데 이 분의 삶의 태도가 특별하다. 버핏 회장이 사는 집은 시가로 7억 원 정도라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전세 얻기도 어려운 금액이다. 버핏은 1958년에 구입한 뒤 60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왜 럭셔리 주택으로 옮기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지금 집에서 행복하다. 만약 다른 곳으로 이사해서 더 행복해진다면, 벌써 이사했을 것이다."

 

이 분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2014년형 캐딜락인데 당시 구입 가격이 4만 5천 달러였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5천만 원 정도다. 그 전에는 2006년형 캐딜락을 8년 동안 몰았다. 차를 바꾼 이유도 딸이 "아버지 차가 너무 오래돼서 창피하다"고 불만을 터뜨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용하는 휴대폰도 삼성전자의 구형 플립폰이라고 한다. 7년 넘게 쓰고 있다. 우리나라 보통 사람이래도 너무 궁상맞게 살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돈을 모으기만 하지 쓸 줄은 모르는 구두쇠와도 다르다. 버핏 회장은 기부할 때는 통이 크다. 부자 증세를 정부에 먼저 요구하기도 했다. 이 분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공익재단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정도 부자라면 존경할 만하다. 우리나라에도 경주의 최 부자집이 있다. 부자면서도 철학이 있는 가문이라는 것은 이 집안의 육훈(六訓)만 봐도 안다.

 

1.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2. 만 석 이상의 재물을 모으지 말며, 만 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3.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마라.

4. 과객(過客)은 후히 대접하라.

5. 며느리들은 시집온 뒤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6.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 가문은 어떨까? 돈을 벌 때는 어땠는지 몰라도 부자가 되고 나서는 그에 걸맞는 품위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자만 욕할 게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돈독에 감염되어 있다. 안이 성숙하지 못하니 겉으로만 과시하려고 한다. 큰 차와 명품이 필요하다. 버핏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돈 버는 방법이 아니라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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