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단어를 고르라면 나는 '적폐 청산'을 꼽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표적인 공약이었고, 당선 뒤에도 잘못된 과거사 정리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하지만, 썩은 부위는 빨리 도려내야 한다. 반발이 없으면 제대로 된 적폐 청산이 아니다.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되었다. 적폐 청산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제일 큰 과오는 해방 후에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한 번 단추를 잘못 끼우자 나라의 근본이 흐트러졌다. 그런 잘못을 다시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적폐 청산으로 두 가지는 꼭 시정되었으면 좋겠다. 하나는, 전관예우다. 전관예우는 판사나 검사로 재직했던 사람이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맡은 사건에 대해 법원과 검찰에서 유리하게 판결하는 법조계의 관행적인 특혜를 말한다. 사법부 외에도 전관예우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1년만 전관예우 혜택을 받으면 몇십억을 벌기도 한다. 대법관을 지낸 A 변호사는 다섯 달 동안에 20억을 거둬들였다. 그것이 국민의 공분을 샀고, 3년 전이었던가 국무총리 낙마의 원인이 되었다.
전관예우를 하기 위해 판결을 유리하게 내린다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의뢰인은 거금을 쓰고라도 전관예우 변호사를 찾는다. 그러니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말이 나온다. 있는 놈들끼리 주고받으면서 재산을 불려 나간다. 대다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무뢰한의 행동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시범을 보이는 것 같다. 사회 전 분야에서 이런 행태는 횡행하고 있다. 전관예우는 공동체를 와해시키는 주범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신입 사원 선발의 공정성이다. 공기업이든 일반 회사든 최종 단계에서 면접을 치른다. 이 과정에서 빽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내 좁은 식견이지만 경험한 사실이 그렇다. 고위직 자녀가 탈락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회사 임원의 입김은 막강하다. 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이런 데서 공정성이 훼손되면 젊은이들의 절망감은 분노로 변한다. 몇 년 사이 유행어가 된 '헬 조선'이라는 말은 기회의 불균등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이것은 좋은 나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편법과 탈법이 판치는 세상은 바꾸어야 한다. 적폐 청산은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다수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위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권들과는 다른 무엇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제 새해도 하루 남았다. 2018년이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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