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철학자의 나무

샌. 2011. 2. 23. 14:38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영국 사진작가인 마이클 케냐(Michel Kenna)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전 제목이 '철학자의 나무'[Philosopher's Tree]인데 나무를 주제로 한 사진 작품 52점이 전시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작가가 전세계에서 찍은 나무 사진인데 일본에서 찍은 게 가장 많고 한국에서 찍은 것은 두 작품이다. 그중에서 강원도 솔섬을 찍은 유명한 사진이 있다.

 

작품들은 모두 흑백의 소품이다. 촬영에서 인화까지 직접 손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주는따스함과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여백이 많은 동양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눈과 마음이 담백해진다.

 


전시회장 입구에는 작가의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겸허함과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는, 위엄 있고 당당하게 서있는 이 땅의 거대한 노장나무들부터 하늘을 갈망하며 자라나는 섬세하고 연약한 어린 나무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수만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우아하게 홀로 조용히 서있는 한 그루의 나무와 끝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을 이룬 나무들에 이르기까지... 35년 이상 나는 여러 다른 나라에서 나무를 촬영할 수 있는 명예와 특권을 가져왔다. 나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거대한 감사에 대한 작은 징표로 나의 사진으로 그들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에서 사진에 대해 작가가 말했다는 다음의 말도 기억할 만하다.

 

"오래 사랑해야 사진이다. 오래 사랑하는 것이 사진적인 것이다. 무엇이라도 좋다. 어떻게라도 좋다. 그것은 사진작가 저마다의 개성이니까. 그러나 오래 사랑하는 주제, 오래 사랑하는 소재, 오래 사랑하는 대상이 있을 때 사진으로 행복할 수 있다. 사진은 어떤 것과 만나도 상관없다. 어떤 카메라도 상관없다. 다만 주제, 소재, 대상과의 만남이 오래 가고 오래 지켜볼수록 깊어지고 의미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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