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꽃피는, 삼천리금수강산 / 황지우

샌. 2018. 4. 14. 10:22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미아리 점쟁이집 고갯길에 피었습니다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파주 인천 서부전선 능선마다 피었습니다

백목련꽃이 피었습니다

방배동 부잣집 철책담 위로 피었습니다

철쭉꽃이 피었습니다

지리산 노고단 상상봉 구름 밑에 피었습니다

라일락꽃이 피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 후문 뒤에 피었습니다.

유채꽃이 피었습니다

서귀포 앞 남마라도 산록에 피었습니다

안개풀꽃이 피었습니다

망월리 무덤 무덤에 피었습니다

망초꽃이 피었습니다

동두천 생연리 봉순이네 집 시궁창에 피었습니다

수국꽃이 피었습니다

순천 송광사 명부전 그늘에 피었습니다

칸나꽃이 피었습니다

수도육군통합병원 화단에 피었습니다

백일홍꽃이 피었습니다

태백산 탄광 간이역 침목가에 피었습니다

해바라기꽃이 피었습니다

봉천동 판자촌 공중변소 문짝 앞에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경북 도경 국기 게양대 바로 아래 피었습니다

그러나,

개마고원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영변 약산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은율 광산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마천령산맥에 백두산 천지에

그렇지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무-슨-꽃-이-피-었-는-지

무슨꽃이피었는지

나는 모릅니다

나는 못 보았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 꽃피는, 삼천리금수강산 / 황지우

 

 

통일이 되면 영변 약산에 피는 진달래를 보고 싶다. 개마고원에는 어떤 키 낮은 꽃들이 피는지 알고 싶다. 제발 남북 관계가 잘 풀려서 통일이 되기 전이라도 왕래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 주일 뒤면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지난달에는 '봄이 온다'라는 이름으로 평양에서 예술단 공연이 있었다. 같은 언어로 노래하는 우리들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남북이 공동 번영하는 길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기필코 찾아서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우리의 '꽃피는 삼천리금수강산'이 된다. 내 두 발로 북쪽 땅을 밟을 날이 찾아온다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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