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봄바람난 년들 / 권나현

샌. 2018. 3. 24. 19:14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마을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보다

매운 겨우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녘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이는디

 

아랫마을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쩍 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 마른

제비꽃 년들까정

난리도 아닌갑소

 

워매 워매~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 보소

뻘겋게 루즈꺼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먼

 

그려~

워쩔 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 혀라

 

보소

시방 이라고

있을 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밴질밴질한

낯짝이라도

귀경할라믄

 

우리도 싸게

나가 보드라고....

 

- 봄바람난 년들 / 권나현

 

 

봄바람난 년들 보고도 가슴이 콩닥거리지 않는다면 살아 있어도 죽은 것 아니겄소.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가 밤새 노랗게 단장하고 배시시 웃는 걸 보았는데 여그는 이제 시작이오. 이 구성진 사투리 좀 보오. 봄바람난 년들 귀경하려면 아무래도 전라도 땅으로 찾아가야 제 맛이 날 것 갔소.화무십일홍이잖소. 마음 변하기 전에 싸게 나가 보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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