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 아부지 요즘 첩이 생겼다
첩에 홀린 아버지
새벽이슬 밟는다
전철 두 번 갈아타고
30분을 걸어 만난 첩
연초록 치마 들춘다
- 히따야 요게 하는 재미!
주책이지! 침까지 흘린다
가족 소풍날, 아버지
상추 첩- 첩- 겹쳐 건넨다
아비 애첩은 손이 크고 인심도 푸져서
열 네 식구 배불리 먹이고도
성에 안 차
상추 한 보따리씩 안겨준다
- 요즘 느 아부지 팔자에 없는 첩 덕택으로 어깨에 힘 쫌 주니라
- 하모, 내 이래 뵈도 동네 삼아웃 쌈싸무기를 책임지고 있는 싸나이라!
그라니 어깨에 힘 안 주고 배기겠나! 봐라 상추가 얼매나 싱싱한지 펄펄 날라가라칸다
희안하지?
늙은 아비 혼을 빼먹어도
본처는 시샘이 안 나
첩 이름은 한고랑
변두리 주말농장
밭 한 고랑
- 애첩 한고랑 / 김진완
내일이 경칩이다. 경칩이 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데, 밖에 나가면 햇살에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농촌에서는 슬슬 농사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도시인들도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많다. 우리 유전자에는 만 년 동안 이어져온 농경의 삶이 경작 본능으로 각인되어 있다. 텃밭은 소출도 소출이지만 가꾸고 기르는 재미가 더 크다. 나도 올해는 애첩이라도 하나 들일까 보다. 인간 애첩보다도 훨씬 더 위안을 주는 한고랑 애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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