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 8월 두 달은 거의 걷기를 하지 못했다. 날씨 핑계를 댔지만 실은 게으르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걷지 않으니 몸은 무거워지고, 무거워진 몸을 일으키기는 더욱 힘들었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됐다. 8월 중순부터는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9월 들어서는 일부러 바깥 걸음을 하고 있다. 집 주위일지라도 하루에 한 번은 나가려 한다. 뒷산이나 경안천변, 또는 학교 운동장이 주로 찾는 장소다. 한두 시간으로 족한 작은 걸음이다. 아직 햇볕은 따갑지만 바람은 선선해졌다.
걷기는 보약이다. 이제 살겠다고, 몸이 고마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냐, 내가 미안했어. 그동안 몸이 약해졌는지 짧은 걸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른해진다. 기분 좋은 피곤함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걷기와 햇볕이다. 이 둘은 나의 원기소다.
혼자 걷는 작은 걸음은 수다스럽지 않아 좋다. 산길에는 인적이 드물다. 아늑한 평화에 둘러싸인다. 혼자 걸을 때라야 풀, 나무와 친구가 될 수 있다. 자글자글 햇볕이 얼굴을 간질이는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얼마나 부드러운지도 알 수 있다. 작은 걸음이 주는 행복이다.
가끔은 먼 나들이도 필요할 것이다. 무리지어 왁자지껄하는 재미도 있으리라. 그러나 기본은 작은 걸음이다. 내 가까이 있는 행복을 놓치지 않음이다. 늘 함께 있으며 당연시되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가. 귀중한 것은 소홀히 하고, 쓸데없는 데 신경을 쓰고 염려하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오늘도 가을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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