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을 쉰 뒤 누비길 걷기를 재개했다. 영장산에서 태재고개까지 3구간 후반부 코스였다. 서현역에서 여섯 명이 만나 버스로 새마을연수원까지 이동한 후 산길로 들어섰다.
영장산 능선을 따라 걷다가 어느 지점부턴가 잘못 되었다. 엉뚱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외길이라 생각하고 아무 의심을 하지 않았던 불찰이었다.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그 덕분에 새로 택지를 조성하는 신현리 동네를 구경할 수 있었다.
요사이 날씨는 참 좋다. 이런 공기와 하늘이라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하다. 하늘에는 여름 뭉게구름 대신 전형적인 가을 구름이 펼쳐졌다. 하늘 호수로 풍덩 빨려들 것만 같은 날이었다.
엉뚱한 길일망정 세 시간 정도 걸었다. 8km 가량 될 듯하다. 아무 길이면 어떻겠는가. 함께 이 길을 걸었다는 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