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샌. 2019. 8. 10. 10:02

김별아 작가의 백두대간 산행기다. 백두대간 종주는 2년에 걸쳐 40차로 진행되었는데, 이 책은 2010년 3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산행에 대한 전반기 기록이다. 부제가 '김별아 치유의 산행'이듯이 단순한 산행기가 아니라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면서 자신을 보듬고 사랑하게 되어 가는 치유의 과정을 담았다. 산행 이야기와 작가가 살며 경험한 내적 고뇌가 반씩 섞여 있다.

 

작가는 집 가까이 있는 산도 오르지 않던 전형적인 평지형 인간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에서 실시하는 아이와 학부모가 함께 하는 백두대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갑자기 종주에 나서게 되었다. 전문 산꾼도 어려워하는 백두대간 종주다. 등산 초보자가 감당하기에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까. 한 달에 두 번씩 주말을 이용했고, 하루 평균 15~20km, 10시간 정도를 걸었다. 등산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기본 체력이 안 되면 감당할 수 없는 걸음이다.

 

책의 어느 부분에서 작가는 자신을 구원한 세 가지를 말한다. 첫 번째가 문학이고, 두 번째가 운동(육체와 이념 양쪽에서), 세 번째가 아들이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하기 위해 작가는 배낭을 멨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작가는 굉장히 에너지 넘치고 적극적인 분 같다. <미실>과 <탄실>을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면서도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책에서 작가는 소아 우울증을 앓은 경험부터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아파하던 청소년기를 고백한다. 그만큼 영민하고 예민했다는 뜻이다. 삶의 의미에 천착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골치 아픈 물음을 하지 않고도 잘 살아간다. 그러나 삶과 자신에 대한 해명에 목숨을 거는 사람도 있다. 안과 밖의 갈등이 만드는 고뇌를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산행이나 삶 모두 숨이 턱턱 막힐 듯 힘이 들 때가 있지만 변함없는 진실은 이 모두가 한순간이며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책 제목이 의미하는 바다. 그렇다고 값싼 희망을 설교하지 않는다. 백두대간을 걷는다고 인생이 달라지겠는가. 고투하고 버텨내는 데 인생의 의의가 있는지 모른다. 모르는 사이에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 기쁨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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