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김문태 선생은 '한글꽃 동심화'라는 독특한 분야를 열어 가고 있다. 동심화는 한글을 그래픽적으로 변형 시켜 천진한 동심의 세계를 표현하는 작품이다. 동양화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풍경화가 아니라 한글이 내포하는 의미를 조형적으로 그려낸다. '웃음'이라는 글씨는 마치 사람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고요'라는 글씨는 기도하는 선승의 모습으로 산속의 정적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냥>은 선생의 동심화 모음집이다. 그림만으로도 좋지만 옆에 붙은 글과 감상하면 감동이 두 배로 된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선생의 따스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서예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글자의 한 획이 그냥 나오지 않는다. 쓰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림 역시 정신의 표현이다. 천진난만한 사람이 아니면 천진난만한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음은 물론이다.
'고요'라는 작품이다. '고요'라는 글씨가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가로등 불빛이
힘을 잃어가는 시간
선승의 예불소리 십자가에 걸리고
목사의 기도소리 산사에 번진다
마음 내려놓고 준비하는
낭랑한 새벽기도
청량한 예불소리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
어느 먼 곳 수평선에서
태양은 더욱 힘차게 솟구치리라
조화로운 삶은
새벽, 그곳에 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건 창조적이면서 지난한 작업이다. 한글을 사용해서 '동심화'라는 영역을 만들어 나가는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름이 말하듯 그림이 지향하는 바는 '동심'이다. 어쩌면 아이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그림인지 모른다. 아이들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동심화 마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호인 '멍석'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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