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진을 찍는 시대가 되었다. 어제 집에 들어오는데 아파트 현관에서 유치원 아이 둘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핸드폰 앞에 선 아이의 포즈가 모델 뺨쳤다. '사진 인류'라는 말이 실감 난다. 이 모두가 핸드폰 카메라 때문이다.
그러나 핸드폰 카메라 기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대개 비슷하다. 고민하지 않고 그냥 보이는 대로 누른 결과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핸드폰 카메라로도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권혁재 사진기자의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은 핸드폰 카메라로 좋은 사진을 찍는 비법을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온 사진은 LG V30 핸드폰으로 찍었다. 사진만 보면 정말 핸드폰 사진 맞아, 라고 놀라게 된다. DSLR에 못지 않다. 일반인이 찍은 DSLR 사진보다 훨씬 낫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은 장비가 아니라 찍는 사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사진의 질은 사진가의 안목에 달려 있다. 안목은 마음의 눈이면서, 사물에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는 능력이다. 같은 대상을 보지만 사람마다 다른 것은 안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목은 오랜 수련을 거쳐 나온다. 사진은 결국 사진가의 마음의 표현이다.
이 사진은 연못의 공기방울에 비친 조계사 연등 풍경이다. 핸드폰 카메라로 이렇게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접사지만 초점도 정확히 맞았다. 자동으로 찍는다면 이렇게 정확히 초점을 맞출 수 없다. 이럴 때는 수동 모드를 사용해야 한다.
태양을 화면에 넣어 플레어 효과를 낸 사진이다.
밤에 탈바꿈하는 매미를 찍었다. 다른 핸드폰의 손전등 기능을 켜서 조명으로 삼고 플래시를 터뜨렸다. 밤에 사진 찍을 때의 팁이다.
곰탕 표면에 떠 있는 기름을 찍은 것이다. '우주'라 제목을 붙인 지은이의 설명은 이렇다.
"곰탕을 먹다 말고 그 안을 봅니다. 한참을, 눈 빠지게, 요모조모 봅니다. 그릇의 방향도 돌리고, 눈높이도 바꿔가며 유심히 살핀 후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습니다. 함께 식사하는 이들이 곰탕과 저를 번갈아 봅니다. 혹시나 불순물이 들었나 하여 자기 곰탕도 살펴봅니다. 참다 못해 제게 묻습니다. "뭘 찍어?" "응, 우주." 십중팔구 피식 웃거나 딱하다는 듯 저를 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될 때까지 사진을 찍습니다. 해장국을 먹다가도 그렇습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라면 등 국물이란 국물은 다 봅니다. 심지어 간장 소스도 봅니다. 왜 볼까요? 그것도 눈 빠지게 봐야 보이는 것을.... 그 안에서 우주가 보이기에 그리 봅니다."
사진은 보는 것이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유심히 보는 것이다. 보통 사람과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자기만이 가진 감성,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못 보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사진이 나온다. 사진은 장비가 아니라 사람이 찍는다. 이 책을 본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