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의 중, 단편소설집이다. '쇼코의 미소'를 비롯해 7편이 실려 있다. '쇼코의 미소'는 작가의 등단작이면서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최 작가의 글은 몇 년 전 다른 소설집에서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라는 단편을 통해 만났다. 잔잔하면서 진한 감동에 젖게 하는 글이었다. 사회 현실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안쓰러움이 작품 가득 묻어났다. 이 작품은 <쇼코의 미소>에도 수록되어 있어 두 번째로 읽었다. 좋은 글은 다시 읽어도 감동이 줄어들지 않는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가 그랬다.
인간관계에서 파문처럼 퍼져 나가는 감정과 느낌을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잔잔하게 잡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작가의 문체는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다. 소설적 기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점이 오히려 감동을 배가시킨다. 최은영 작가의 글은 순수하고 담담해서 영혼을 울린다.
이 책의 표제작인 '쇼코의 미소'보다 더 점수를 주고 싶은 게 '씬짜오, 씬짜오'와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다. 두 작품 모두 어두운 과거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사회의식을 바탕에 가지고 소설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씬짜오, 씬짜오'에 나오는 베트남인 가족은 자신의 아픔을 타인과의 연대와 공감으로 승화시킨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날카로운 이성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배려와 연민이다. 외로웠던 엄마에게 필요한 건 작은 관심과 가끔 말을 들어주는 친구가 되는 일이었다. 호 아저씨와 응웬 아줌마가 아직 그곳에 살아 있을 것만 같다.
최은영 작가의 글 분위기는 색깔로 치면 연한 회색이다. 등장인물들도 이런저런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다. 세상이 원래 그렇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고 나면 따스해진다. 허약한 인간을 연결해서 서로 다독이며 살아갈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쇼코의 미소>에 수록된 작품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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