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82년생 김지영

샌. 2019. 8. 4. 15:39

재작년에 화제를 모은 책인데 이제야 읽어 본다.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로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현실이 어떠한지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픽션이지만 '82년생 김지영'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여성이 성장하며 겪는 고통과 심리 상태를 남성이 온전히 헤아리기는 어렵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하대, 심하면 혐오의 감정이 남아 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태도 같은 관습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남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폭력적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를 여성은 갖고 있는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은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식과 여론을 환기한 역할이 크다.

 

내 딸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82년생이다. 딸 둘만 뒀기에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는 없어도 여성의 입장에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자식을 낳았지만 육아 문제에 부딪혀서 결국은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모습을 봤을 때 같이 분노했다. 법으로는 육아 휴직이 보장되어 있지만 기업의 실태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공무원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세세한 부문에서 부족한 게 많다.

 

책에도 나오지만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사표를 내야 하는 시대도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우리 사회가 진보한 건 사실이다. 국민 의식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진했다. 지금은 오히려 남녀평등이 아니라 역차별이 생긴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지만 여성에 대한 통계 수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는 아직 남성 중심 사회에 살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그런 현실에 대한 사실적인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처우나 의식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여성 스스로가 당당한 주체로 서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또한,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을 옥죄고 소외시키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함께 해야 한다. 남녀평등 너머의 전망까지 바라볼 수 있어야 다. <82년생 김지영>이 그런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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